체취가 아주 좋습니다.
근래 영화나 TV프로그램(대표격인 프로그램, '러브인아시아')의 주목을 받는 이야기거리 중 하나가 외국인 여성과의 국제결혼이다. 이는 외국인 여성과의 결혼이 우리 사회의 공공연한 현실이 되었음을 방증하며, 지난해 결혼한 농어촌 남성의 32.9%가 국제결혼을 했다는 통계청 발표와 그 맥을 같이 한다.
파이란, 댄서의 순정, 나의 결혼 원정기. 비교적 근자에 개봉했던 세 영화의 공통점은 외국인 여성과의 결혼을 소재로 했다는 것이다. '파이란'이나 '댄서의 순정'의 경우 국적 취득을 위한 위장결혼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농촌 남성의 결혼문제를 다룬 '나의 결혼 원정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현상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세 이야기는 경제력에 기반한 국제적 위계서열화와 인종주의, 여성을 노동과 성적 수탈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야만적 사회구조라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얼마전에 신문을 뒤적이다 기가 차는 광고를 목격했다. 도무지 이런 상상력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베트남 신부의 장점
- 혈통이 우리와 비슷하다.(몽고반점 있음)
- 일부종사를 철칙으로 알고 헌신적으로 남편을 섬긴다.
- 사치하지 아니하며 아주 검소하다.
- 억척스런 생활력이 있고 자기 희생적이며 매우 부지런하다.
- 중국, 필리핀 여성과 다르게 체취가 아주 좋다.
- 정조관념이 투철하다.(이혼절대불가)
- 외모가 어여쁘며 몸매가 세계에서 제일 좋다.
광고의 내용을 그대로 따르면 그들이 생각하는 결혼(과연 그들뿐일까 ㅡㅡ;)이란 말 잘듣고 도망 안 가는, 성적으로 매력적이며 일 잘하는 전천후 노예 하나 거두는 행사에 불과하다. 이런 무자비한 광고가 떡하니 주요 일간지의 한면을 차지하는 사회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곳인가. 적어도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고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은 아니겠지.
그럼에도 무시할 수 없는 또 다른 현실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한다. 불균형성장 속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농촌의 처절함과 척박한 주위 환경에서도 열심히 때로는 행복하게 삶을 꾸려나가는 그네들의 존재.
인간에 대한 예의란 것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들과 그들의 아이들이 진정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함께 하기를 바란다면 '체취가 아주 좋다'라는 따위의 미친 소리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이건 최소한이다.
덧>
1. 다양한 쟁점이 얽혀 있는 문제다. 여성 및 결혼, 인종, 자본주의, 지역 불균형. 그럼에도 분명한 것. 인간에 대한 예의.
2. 문득 모아나운서와 모재벌 자손의 결혼이 떠오른다. 결혼. 이것 참.
3. 위에서 언급한 주요 일간지가 바로 한겨레란 사실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반성들 하셔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