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
조승우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뮤지컬 헤드윅의 공연이 오는 12일부터 시작된다. 출연진 스케줄 발표와 동시에 조승우의 출연분 22회, 6000석이 매진이 되었다고 한다. 대학로에서 충무로로 전입 후 밑천 돌아볼줄 모르고 연기의 밑바닥부터 드러내는 배우들이 난립하는 요즘. 근작들의 연이은 성공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지금 뮤지컬로, 다른 작품도 아닌 헤드윅으로 행보를 옮기는 그는 참 현명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세기의 로맨티스트 이몽룡(춘향뎐)에서 털털한 도시 청년(후아유), 연쇄살인범(H), 장애와 싸우는 마라톤 선수(말아톤), 광기에 몸부림치는 이중 인격자(지킬 앤 하이드)로 영화와 뮤지컬을 넘나들며 변신의 변신을 거듭해온 배우 조승우. 변신과 파격만큼이나 인상적이고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연기를 보여준 그가 이제 요란한 헤어스타일과 퇴폐적인 화장을 한 트랜스젠더 록가수로 돌아온다.
헤드윅
우리에게 헤드윅은 원작인 뮤지컬보다는 동명의 영화로 기억되는 작품이다. 영화가 주는 잔잔한 여운과는 별개로 괴상한 헤어스타일에 과장된 화장으로 노래하고 있는 주인공의 약간은 부담스런 표정이 담긴 포스터가 아직도 생생하다.
영화의 주인공인 헤드윅은 미군인 남편에게 버림 받은 '동독 출신'의 '트랜스젠더', 무허가의료시술소(통상 야매라고 하는)에서의 수술실패로 남은 '생뚱한 일인치'의 살덩어리를 몸에 달고 사는 '록가수'이다. 다난하고도 굴곡진 그의 정체성만큼이나 개운치 않은 인생살이를 사는 그녀에게 세상으로 통하는 유일한 출구는 록음악. 세상의 편견과 외로움, 세상을 향한 외침과 다짐들, 사랑과 인생에 대한 지혜를 담아 부르는 그녀의 노래를 중심으로 영화는 전개된다.
The origin of love
영화의 백미는 단연 The origin of love. 잔잔하고도 격정적인 음성에 실려 노랫말을 그대로 옮겨 놓은듯한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장면이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차용한 이 노래는 헤어진 각자의 반쪽을 찾아 헤메는 인간의 사랑에서 동성과 이성의 구분은 정상, 비정상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을 멋지게 비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