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머무는자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

voskresni 2005. 4. 5. 12:05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일곱번째 시리즈가 <문세광과 육영수>편을 시작으로 막을 열었다. 업무 특성상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단순반복작업의 무료함을 더할나위 없이 유익하고 흥미롭게 달래주는 일동무이기에 반가움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일제 식민지배, 해방후 이념대립과 분단 그리고 전쟁 그 혼란 속에서 반공과 근대화를 명분으로 자행된 독재권력의 야만과 살육의 정치.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이 더러운 얼룩과 구김으로 가득찬 한국현대사의 자화상을 냉철한 시선으로 복원해왔다. 물론 그들이 보여주는 그것은 모자란 자들의 망상과 왜곡으로 채색되어진 거짓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보다 선명하고 거세게 비틀어지는 얼룩과 일그러짐이다.

그들의 관심은 독재자의 빛나는 영광과 조국근대화가 이룩한 찬란한 물질적 부에 있지 않다. 부당한 권력이 자신들의 더러운 생존을 위해 자행했던 비열한 음모와 반인륜적 살육의 행각들, 개발의 그늘에서 가장 먼저 소외되고 가장 비참히 희생되어간 철거민과 노동자들의 모습이 바로 그들이 그리는  한국현대사의 모습이다.

적당히 드러내고 얼버무린채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추악한 진실을 더욱더 선명히 밝혀내는 작업이야말로 왜곡된 과거가 만들어낸 오늘의 모순을 털어내는 가장 의미있는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든든한 일동무이자 진지한 이야기꾼인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다음 행보에 기대를 걸어본다.

1999년 첫방영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이 장장 7년의 세월을 넘어 올해 6월로 100회를 맞는다. 현대사 다큐멘터리로서 유례가 드문 경우라고 한다. 긴 시간 묻어온,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기엔 앞으로 이어질 100회도 모자랄 듯하다.

2005년도 새 시리즈에는 김환균 CP를 비롯해 이정식, 김동철, 강지웅, 유현, 조준묵, 장형원,한학수 PD 등 제작진들을 모아 2005년도 새로운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해방 전후부터 박정희 정권에 이르기까지 집권 세력이 빚어낸 역사의 왜곡을 바로잡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 총 14편의 시리즈가 방영될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는 우선 70~80년대 주요 정치적 사건에 초점을 맞춘다.
<8명의 사형수와 푸른 눈의 투사들>편은 박정희 정권 시절 발생한 인혁당 사건을, <문세광과 육영수>편에서는 육여사 피살 사건을 통해 70년대 정치 환경을 다시 한번 되짚는다.
또 <스포츠, 스크린, 섹스로 지배하라-3S정책>편에서는 민심 돌리기 작업에 나섰던 5공 정부의 속내를 들춰보고,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편에서는 신군부의 정권 야욕을 고발한다. 한국의 진보 3부작(1부-공장으로 간 지식인들, 2부-인민노련 혁명을 꿈꾸다, 3부-<혁명의 퇴장, 떠난 자와 남은 자>)에서는 80년대 이후의 진보운동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이밖에도 6월에는 한국 전쟁을 다시 조명해보는 시간도 갖는다.
특히 <국군 위안대> 편은 한국전이 한창이던 지난 51년 국군 내에 정식으로 편제됐던 위안대의 존재를 정면으로 파헤친다. <십자군 부대의 진실>편에서는 한국전 당시 기독교계의 모습을 다룬다.

2005년 새로운 제작진이 내건 출사표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