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메일 주소를 전하면서, 원체 길고도 발음하기 힘든 아이디 덕에 애를 먹은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더구나 그 의미를 묻는 호기심 많은 분들의 질문에 나조차 확실히 하지 못하는 말들을 되풀이 하는 것 또한 약간은 민망한 일이기도 하여, 타이틀 해제 겸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블로그의 타이틀이자 내가 사용해온 아이디 voskresni는 러시아 영화 'Zamri, Umri, Voskresni'에서 따온 것이다. 우리말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로 번역된 영화의 원제가 지닌 보다 정확한 해석는 '멈춰, 죽어, 살아나'라고 한다. 술래가 열을 셀 동안 움직이다 돌아보면 멈춰서는 러시아 어린이들의 놀이 이름으로 우리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비슷한 형태로 추측된다.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ㅡㅡ; 구하기가 힘드네) 여기저기 찾아본 바로는 스탈린 시대의 비정한 현실을 상징하는 제목인 듯 하다.(참고한 정체불명의 웹페이지, 예전 주간한국 자료인듯.)
한편, 그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실마리가 하나 더 있다.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이 바로 그것이다. 소설의 알파벳 표기가 Voskresenie이니 voskresni는 어미가 변형된 동사형 단어일 것이다.
제품 식별번호 같은 아이디(이니셜 세개와 전화번호 네자리로 구성된)에서 벗어나고자 생각해낸 voskresni는 일종의 다짐이었다. 현재가 부정하거나 놓쳐버린 지난 생각들, 행동들, 관계들을 후일 발전된 모습으로 나의 현실에 복원해내겠다는. 어쩌면 지극히 치기어린 향수이거나 현실에서 비껴서고픈 비겁한 욕망에 부합하는 말장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지금은?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