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
잠이 안 오는 밤.
갑자기 생각이 났다.
진짜 오랜만이네.
간질간질하고 생경하구나.
몸이 아프다.
목과 허리에 디스크가 튀어 나왔다고 한다.
몇달째 통증이 계속된다.
매일 컨디션에 기분까지 왔다갔다 한다.
괴롭다.
무섭다.
앞으로가 걱정이다.
자신감이 떨어진다.
집중이 되지 않는다.
허망한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하다.
떨치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극복해야 한다.
안 좋은 습관들을 버려야 한다.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소위 정신력과 여유라는게 필요하다.
아버지와 대화가 거의 없는 편이다.
함께 나누는 시간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말주변 없고 무뚝뚝한 성격이 꼭 닮은 탓이다.
언젠가 부모님 집에 들렀다 자고 온적이 있다.
평소였다면 늦은 시간에라도 돌아왔을텐데...
그날은 그냥 아버지와 술을 한잔 하고 싶었다.
단답식의 뚝뚝 끊기는 대화를 힘겹게 이어가던 중.
뜬금없이 아버지가 본인의 인생에 대해 소회를 하신다.
"난 항상 운이 너무 없었다"
죄송스런 이야기지만 약간 욱하는 마음이 들었다.
"모두 아버지가 자초한 일이잖아요. 무책임하고 비겁하신 태도 같아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고개만 몇번 끄덕이고 말았다.
돌아와 지지부진한 일상을 보내던 중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어 소스라쳤다.
"난 왜 이렇게 안 풀릴까. 운도 지지리도 없구나"
쳇.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인건가.
부동산과 건강. 살면서 가장 관심이 없던 주제였다.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따분했고, 기사나 자료를 읽는 것은 무가치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사회적 평균을 지향하며 살다보니 어느새 당면한 가장 다급한 문제로서 다가온다.
관심이 없던만큼 무지하며, 무지만큼이나 무능한 이 두가지 과제에 너무나 무력해진다
개교 이후 최초라는 이화여대 교수들의 교내 시위.
함께하는 학생들. 교수와 학생의 연대라니.
멋지다. 감동적이다.
그런데 불편한 마음이 든다.
하나같이 마스크와 팜플릿으로 얼굴을 가린 학생들의 모습 때문이다.
어딘가 비겁해 보인다.
그러다 이내 안쓰러워진다.
가벼운 시위에 참여하는 일조차 두렵게 만드는 뒤끝 있는 사회.
떨쳐 일어나 내 주장을 하는 자리에서도 나를 감추지 않은 수 없는 현실.
철 없는 구경꾼의 감상이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할 때 우리는 당당하다.
요즘 부쩍 꿈을 자주 꾼다. 고민이 많고, 숙면을 하지 못할 때 꿈을 꾼다는데. 출산이 코앞이고, 회사생활은 최악이며,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적지 않으니. 그런 거 같기도 하다.
며칠전 한쪽 눈이 하얗게 변하는 꿈을 꿨다. 눈동자 부분이 허여멀건 해졌는데. 무슨 병에 걸린 거 같기도 하고, 귀신 같기도 하고.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보통 악몽을 꾸면 "이건 꿈이야"라고 쉽게 자각해서 안도하는데. 그 어처구니 없는 변고에 꽤 긴 시간 시달렸다.
의미 없는 짓이지만, 무슨 꿈일까 싶어 네이버에 검색을 해본다. 대체로 소재는 "돈, 명예, 목숨"이고, 평가의 방향성은 길과 흉으로 분분하다. 뭔가 클리어 하지가 않다. 의미 없는 짓이라는 것만 재확인.
의미 없는 짓인 줄 알지만. 그래도 흔치 않은 꿈을 꿨으니 로또를 사러간다.
어제 JTBC 뉴스룸을 보다가 주절주절.
1. 서울대병원 측이 "병사"로 기재된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에 잘못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수정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검찰은 이 잘못된 사망진단서를 근거로 부검을 강행하려 한다. 집권 세력의 책임 회피를 위해 날뛰는 이들의 추악함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면, 그들도 인간이고 양심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럴 수는 없다.
2. 정권의 막후 실세라는 최순실 관련 추문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딸이 제적 위기에 몰리자 이화여대에 찾아가 압력을 행사했고, 지도교수까지 교체했다고 한다. 원래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니 별로 놀랍지도 않다. 한줌 권력으로 온갖 악행을 일삼고, 대를 이어가며 부정한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자들. 이게 단지 어제 오늘의 일인가.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였다는 교주 최태민, 최태민의 딸 최순실, 최순실의 딸로 이어지는 이 추접함의 끝은 어디일까.
3. 집권 여당의 대표가 "의회 민주주의 수호"를 명분으로 단식을 하고 있다. 그 절절함과 사명감이야 그 아저씨 사정이니 별 관심이 없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중이던 야당 의원들에게 "단식은 국회의원의 부적절한 특권"이라 발언했던 것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큰일 하시는 분이 그렇게 정신이 오락가락해서야... 배는 비우셔도 머리는 비우고 살지 마시길.
4.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관련 기관들의 동정을 살피는 뉴스에서 어처구니 없는 현장을 목격했다. 국감을 위해 방문한 국회의원 일행의 식사가 준비되어 있는 구내식당을 보여주는데... 보좌관 1만원, 국회의원 2만원짜리 밥상이 차려져 있다. 누구는 1만원, 누구는 2만원짜리 입으로 대접한다는 이야기인데. "접대는 얼마 이하 어쩌구" 하는 이야기보다 이 치졸한 구별짓기가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밥상에 앉아 별고민 없이 자기 배 채우는 국회의원이라면, 더 볼 것도 없다. 그냥 뱃지 반납하고 집에 가서 2만원짜리 맛난 인생 사셨으면 한다. 뭐가 중한지도 모르면서.
5. 왜 "김영란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직관적이지 못하다. 부정청탁금지법 정도의 명명이 적절하지 않은가 싶다.
6. JTBC 뉴스룸만한 뉴스 프로그램이 없다.
팟캐스트 소리로 항상 귀를 막아둔다.
가능하면 스마트폰이나 TV, 모니터 화면도 눈앞에 펼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딘가 허전하고 불안하다.
거의 병적이다.
생각을 깊게 하거나 고민할 틈이 생기지 않는다.
바보가 되어간다.
세상이 참 편하다.
시간을 허비하는 비겁한 습관이다.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이게 가능할까?
[1] 소수의 좋은 사람들을 모은다
- 열심히 하는 사람
- 잘하는 사람
- 손발을 맞춰본 사람
- 마음이 잘 맞는 사람
- 진실한 사람
[2] 다같이 하고 싶은 걸 한다
- 충분히 논의하고, 함께 결정한다
- 소수의 의견이라도 가볍게 넘기지 않는다
[3] 미친듯이 열심히 한다
- 재밌어야 한다
- 되도록 같이 시작하고, 같이 끝낸다
- 업무를 꼭 정해진 공간에서 할 필요는 없다
[4] 잘 나눈다
- 조금씩 자주 나눈다
- 되도록 동일하게 나눈다
좀 끄적거려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