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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9. 10. 01:19

열명의 저자들이 '한국 자유주의의 열가지 표정'이라는 부제로 10인의 '자유주의자'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인물비평서, 자유라는 화두를 읽었다. 그러나 사실 책의 본내용인 10인의 자유주의자(강준만, 마광수, 복거일, 나혜석, 김수영, 최인훈, 김현, 전혜린, 장선우, 홍신자)들의 면면보다는 김동춘이 쓴 총론(레토릭으로 남은 한국의 자유주의)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그는 '한국 자유주의의 역사를 한국의 사상적 불구성의 역사'로 규정한다. 근현대 한국에서 자유를 외친 사람들의 대다수는 '반공 자유주의자', '민족 허무주의자', '얼치기 근대화론자'로 정리되는 타락한 자유주의이거나 권력이 허용하는 문화적 공간에서 탈정치적 문화운동에 천착했던 문화적 자유주의자였다. 취약한 경제적 기반, 엄혹한 정치적 현실, 봉건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유는 오직 레토릭으로만 남아 정치와 절연된 영역에서 극히 고립된 개인의 정신적 자유나 기회주의자들의 변명으로서만 기능했다는 것이 그의 중심된 논지이다.

그의 안타까운 심정을 입증이라도 하듯, 이 책에서 소개하는 10인의 대다수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나 사회에 대한 직접적 대항보다는 수세적으로 문화적 영역이나 일상의 공간에서 '자기'의 고수에 몰두했디.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삶은 내외적으로 상당한 고뇌와 고통을 수반해야 했다. 그들의 인생을 절대 폄하할 수 없다. 차라리 어쩌면 개념적 접근이 쉽지 않은 자유 혹은 자유주의라는 언명의 구체적이고도 순수한 형태를 그들의 삶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자유주의가 추구하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자유주의에 대한 배신이 수반된다는 현실적 모순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