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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3. 29. 13:33

의욕에 앞서 벌여 놓은 것이 3개월.
이제사 고이 간직해오던 노트의 새하얀 첫 장를 열듯 조심스레 운을 띄어 본다.

바야흐로 엄혹했던 12월의 강원도 어느메, 팔자에서 비껴간 줄로만 알았던 소위 군사훈련을 받던 시절이다. 온갖 불합리와 몰상식, 비효율이 폭력적으로 강요되는 그 곳에서의 유일한 희망은 사회(비군사지역을 통칭함, 그다지 좋은 곳도 못된다)로의 복귀뿐이었다. 이상도 하지.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그때 나가서 제일 먼저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 블로그이다.

언제나 그러하듯 시작은 순조로웠다. 가진돈을 탈탈 털었을지언정 도메인, 호스팅비 바로 입금했고, 두손두발에 남이 손까지 빌려가며 스킨 세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해 "짠"하고 만들어 놓고보니 마음은 이미 "다 이루었도다"
특유의 게으름과 변덕이 용솟음치며 방치한 것이 오늘로 꼬박 3개월.

사정이 이러하니 애물단지도 이런 애물단지가 없네. 집은 있으되 오가는 사람이 없으니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고. 안타까운 마음에 기지개 크게 펴고 잡글 나부랑이라도 몇자 올려볼까 싶다가도 막연함에 돌아서기 일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마음을 다잡고 무거운 한걸음 내딛어 본다.

가뜩이나 쓰레기 정보가 판치는 인터넷 공간에 휴지 더미 보태는 찝찝함이야 차치하더라도 막상 카테고리 채우는 것부터가 쉽지가 않다. 목표와 계획이 일천하니 막막하기 그지 없다.

사실 불특정한 다수를 상대로 알찬 정보, 정제된 지식, 거센 주장을 펼칠 능력도 의향도 내겐 없다. 다만,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하고 주섬주섬 기록하고 싶을 뿐이다. 소소한 일상, 일천한 상념이나마 당신들과 함께 나누는 것, 차곡차곡 쌓여가는 본인의 역사를 지긋이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기쁨이 되지 않을까 싶다.